'만년 적자→사상최대 실적' 확 달라진 롯데손보의 경영 비결[PEF 밸류업 사례탐구]

입력 2024-03-06 08:31   수정 2024-03-18 14:44

이 기사는 03월 06일 08: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9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했을 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JKL파트너스가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 등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키워낸 경험은 있어도 금융회사를 인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 ‘체질 개선’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지 4년만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973억원, 순이익 3016억원을 기록했다. 1946년 대한화재해상보험으로 출범한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 비결은
JKL파트너스 특유의 ‘가치 제고 전략’이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우선 JKL파트너스는 망가졌던 롯데손보의 보험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 보장성보험 확대에 승부를 걸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판매 수수료가 낮아 단기 수익을 끌어올리기 쉬운 저축성 보험을 줄이는 대신 암보험 등 장기 보장성보험을 늘려 중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

당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이 예고된 점도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 IFRS17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기 위해선 장기 보장성보험 비중을 확대하는 게 필수적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을 토대로 향후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JKL파트너스는 장기 보장성보험 확대를 위해 설계사 구조부터 재정비했다.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대신 전속설계사 조직을 키웠다. 롯데손보의 상품만 다루는 전속설계사를 최대한 확보해야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전속설계사는 2019년 1200명에서 지난해 3000명을 돌파했다.

매력적인 장기 보장성보험 상품도 적극 개발했다. 최초 1회만 보장하고 소멸하는 기존 암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출시한 ‘let:smile 종합암보험(88)’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업의 특허제도’로 불리는 손해보험협회의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롯데손보의 장기 보장성보험 비중은 2019년 말 52.6%에서 지난해 말 86.2%로 뛰었다. CSM 수치도 오름세다. 지난해 12월 말 롯데손보의 CSM은 2조3966억원으로 같은해 3월(1조6774억원)보다 42.9% 성장했다.

영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디지털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4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설계사 영업 지원 플랫폼 ‘원더앱’을 내놨다. 교육·설계·청약·고객관리에 이르는 보험 영업의 전 과정을 모바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원더앱을 통해 현재 3000명 수준인 전속설계사를 최대 1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게 롯데손보의 구상이다.
금융 드림팀의 중장기 발전 전략
금융업에 정통한 인사들로 '드림팀'을 꾸리겠다는 JKL파트너스의 전략도 적중했다. 보험사 등 금융업은 제조업처럼 단기간에 턴어라운드를 시키는 것보다 중장기 발전 방향을 세우고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인수 직후 JKL파트너스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사무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서기관 등을 역임한 최원진 롯데손보 사내이사(JKL파트너스 부대표)를 새 대표에 임명했다. 박병원 전 은행연합회장,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 거물급 인사들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현재 롯데손보의 수장의 맡고 있는 이은호 대표도 인수할 때부터 JKL파트너스와 함께 금융기관 대응 전략 등을 수립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최원진 JKL파트너스 부대표는 “미국에서도 JC플라워 등 금융사 매물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모펀드가 따로 있을 정도로 금융사 밸류업은 난이도가 높다”며 “단기 수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 보장성보험 확대와 금융권 소통 창구 구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자산 재분배 전략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호텔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타격을 입자 채권 등 안전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전체 자산 대비 채권 투자 비중은 2020년 말 22.7%에서 지난해 9월 말 38.0%로 확대됐다.

재무지표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2019년부터 매년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신지급여력(K-ICS) 비율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208.4%로, 당국의 권고기준인 150%를 한참 웃돈다.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은 이달 중 국내 금융사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예정이다.

롯데손보 주가는 흑자 전환과 매각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상향하고 있다. 작년 3월 1300원대까지 내렸던 주가는 현재 30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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